홍콩 디즈니랜드 방문기 1편(겨울왕국 에버 애프터, 오큰의 슬라이딩 썰매, RC 레이서, 미스틱 매너, 빅 그리즐리 광산열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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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assidy 작성일25-05-02 03:27 조회7회 댓글0건본문
사진 광산출장샵 출처는 픽시브바야흐로 온 산과 들이 푸르름을 뽐내는 신록의 계절이었다. 벚꽃은 벌써 졌지만 나뭇잎의 푸른 자태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봄날이었다. 주말이라면 유원지마다 행락객들이 붐비기 좋은 날씨였다. 빽빽히 늘어선 콘트리트 숲 사이로 한 손에 커피를 들고 걸어가는 여자가 있었다. 주변엔 오피스 빌딩 뿐이라 그녀 또한 점심을 먹고 입가심을 하는 여느 직장인과 다를 바 없어보였다.그녀는 커피를 들고 빌딩 안으로 들어가는 직장인 무리들을 바라보며 바지주머니 속을 뒤졌다. 그녀의 바지주머니 속에서 나온 것은 다름아닌 이름표였다. ‘미나’. 성씨와 직급도 없이 오직 이름만 새겨진 단순한 이름표였다. 그녀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다녔다. 그러다 회사의 경영 사정 악화로 어쩔 수 없이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고 말았다. 마지막 월급에 소정의 위로금까지 챙겨주어서 그나마 섭섭치 않게 회사를 떠날 수 있었다. 퇴사 시 회사에서 받은 이름표를 반납해야한다는 규정이 없어서 아직도 이를 간직하고 있었다. 정리해고 당한 회사에 딱히 미련은 없었다. 하지만 다시 구직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집에서도 마음 편히 쉬지 못 했다. 오늘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 늘 하던대로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눈부신 아침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미나를 반기는 듯 했다. 바깥의 화창한 날씨에 반한 그녀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답답한 마음을 털어버릴 겸 외출을 감행했다. 오피스 빌딩을 벗어나 상업용 빌딩이 밀집한 거리로 들어서자 여러 가게의 형형색색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낮이라 네온 사인 간판에는 불빛이 꺼졌지만 쇼윈도우에 진열된 갖가지 상품들의 모양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매우 선명했다. 음식점엔 실제 음식보다 더 진짜 같은 음식 모형이, 제과점엔 방금 갓 구워낸 쿠키들이, 옷가게엔 잘 차려입은 마네킹이 모델인 듯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었다. 그녀는 이 모든 광경을 무심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이따금 손에 든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쭉쭉 마셨다. 시원하고 쓴 액체가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감촉이 좋았다. 남자들 몇몇이 빌딩 구석에 몰래 숨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철저한 비흡연자인 미나의 입장에서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만 사용한다면 커피를 마시는 편이 흡연보다 백 배는 나은 행위로 여겨졌다. 카페인 중독 쯤이야 니코틴 중독에 비교하면 가볍게 극복 가능하니까 말이다. 미나가 빌딩 모퉁이를 도는 순간, 1층 전체가 통유리로 된 상점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 순간, 그녀의 시야에 매우 눈부시고 화려한 뭔가가 들어왔다. 그것의 정체는 천연 크리스탈들이었다. 햇빛을 받아 일제히 반짝거리는 그 모습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간판을 보니 '크리스탈 리퍼블릭(Crystal Republic)'이라는 상호명과 함께 천연 원석 전문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크리스탈 상점답게 통유리 너머로 다양한 모양의 수정 원석들이 진열돼 있었다. 투명한 백수정 구부터 표면이 매끈하게 잘 가공된 기둥 형태의 수정, 속에 이끼같은 자연적인 내포물이 들어간 수정, 모암에서 자라난 클러스터 수정, 겉에 뭔가 코팅을 한 듯한 무지개빛 수정 등등…. 특히 사람 키만한 돌을 반으로 잘라 만든 자수정 지오드는 밖에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단 한 번이라도 끌기에 충분했다. 아름다우면서도 유니크한 것을 좋아하는 미나 역시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안을 한참 정신없이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의 시선을 강하게 잡아끄는 백수정이 있었다. 그녀는 자석에 이끌리듯 자신도 모르게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 백수정은 비슷한 모양의 다른 백수정들과 함께 진열대 한 가운데 위치해 있었다. 옆에 비치된 이름표를 보아하니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Lemurian seed crystal)'이라는 백수정인 듯했다. 그 크리스탈 앞에 선 미나는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윗 부분은 하얗고 아래 뿌리 부분은 안개가 끼듯 약간 희뿌연 백수정 기둥이었다. 투명한 백수정 안을 더 들여다 보니 희뿌연 안개 사이로 무지개가 얼핏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그녀는 그 백수정을 만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들었다. 매장 안엔 ‘구경은 언제나 환영, CCTV 작동 중, 파손 주의’라는 경고문도 붙어있었지만 그녀는 과감히 손을 뻗어 그 백수정 기둥을 만져보았다. 레무리아 시드 백수정의 첫 감촉은 차가우면서도 거부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고향에 돌아온 듯한 기분과 예전부터 이 크리스탈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던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이는 그녀 생애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심지어는 가슴 한 구석이 애틋하고 아련한 감정마저 들었다. 이런 느낌은 그녀로 하여금 이 크리스탈을 반드시 사고 말겠다는 지름신과 강렬한 광산출장샵 소유 욕망으로 이어졌다. 이 레무리안 크리스탈을 구매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미나는 이름표 아래 적힌 가격을 확인했다. 무려 29만원이었다. 웬만한 전자기기 값과 맞먹는 액수였다. 몇 년 전에 동영상을 보려고 샀던 태블릿과 비슷한 가격이었다. 29만원은 평범한 서민인 그녀의 입장에서는 약간 부담될 수도 있는 액수였다. 코묻은 단돈으로 여겨질만한 액수는 분명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이 크리스탈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미나는 직원이 앉아있는 계산대로 가서 레무리안 크리스탈이 위치한 진열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 크리스탈을 사고 싶은데요. 저기 제일 가운데에 있는 크리스탈요.“그녀의 말에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아, 레무리안 크리스탈말인가요?”“네, 맞아요.”직원의 물음에 그녀는 짧게 대답했다. 직원은 진열대로 다가가서 미나가 원하는 크리스탈을 가져왔다.“잘 골랐습니다. 원래 이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었는데 지난 주부터 50프로 할인을 한 겁니다.”알고보니 무려 반값으로 할인한 가격이었다. 그렇다면 이 크리스탈의 원래 가격은 48만원이라는 것이다. 미나는 그 가격이라면 왠지 지금처럼 덥썩 구입은 못 했을 것 같았다. 반값 할인가에 살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미나는 직원이 능숙한 손길로 크리스탈을 포장하는 동안 시선을 떼지 않고 이를 지켜보았다. 매장의 조명과 각도에 따라 크리스탈 안의 무지개가 여러가지 오묘한 빛깔을 내뿜으며 물결치는 것 같았다. 포장이 끝나자 그녀는 일시불로 카드 결제를 완료한 뒤 크리스탈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가게를 나섰다.한편 미나의 뒷 모습을 가게 안에서 바라보던 직원은 마침 창고에서 나온 사장에게 말했다.“드디어 팔렸네요. 그 레무리안 크리스탈요.”“역시 반값 세일을 해야만 팔릴 것 같은 느낌이긴 했지. 그 정도면 괜찮은 크리스탈인데 아무도 안 사는 게 좀 그렇더라고. 아무튼 새 주인을 만나 다행이야.”크리스탈이 새 주인을 만났다는 사장의 말이 흡사 애완 동물의 분양이나 입양처럼 들렸으나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물건에도 인연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이 크리스탈 가게의 사장도 그러했다. 모든 크리스탈 원석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떤 크리스탈은 세상에 나올 때부터 왠지 주인이 정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받았다. 바로 미나가 구입한 크리스탈도 그러한 종류의 크리스탈이었다. 사장은 그녀의 구입에 그동안 주인을 애타게 찾던 크리스탈이 오늘 비로소 제 주인을 찾아간 느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크리스탈과 함께 지하철에 탄 미나는 그제서야 본인이 오늘 무엇에라도 홀린 듯이 충동 구매를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 스스로도 평소 검소하고 알뜰한 편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아무리 갖고 싶은 물건이라도 바로 사지 않고 이곳 저곳 가격 비교를 통해 제일 저렴한 곳에서 구입했다. 그렇기에 오늘처럼 값 비싼 고가의 처음 보는 물건을 덥썩 구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정도는 괜찮아. 빚진 것도 아닌데 뭘. 게다가 원래 가격의 반값으로 샀잖아. 사는데 이런 물건 쇼핑하는 재미도 있어야지.’미나는 오늘 예상치 못한 충동 구매를 한 자신에게 이렇게라도 내심 스스로 다독이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어느 덧 지하철이 지상 구간을 달리고 있었다. 서산에 걸린 해가 사방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마침내 집에 도착한 미나는 쇼핑백에서 크리스탈이 든 상자를 꺼냈다. 자신의 책상 위에서 커터칼로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 겉포장을 벗겨냈다. 이내 레무리안 크리스탈이 얼음처럼 맑고 영롱한 자태를 드러냈다. 그녀는 자신의 손 안에 들어온 그것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시간을 보냈다. 방 안의 조명에 따라 크리스탈 안의 무지개가 다양한 각도로 물결치며 빛을 발했다. 그걸 바라보고 있으니 또 다시 매장에서 이 크리스탈을 처음 봤을 때 느낀 감정이 밀려왔다. 원래부터 내 것인 듯한, 그동안 잃어버렸다가 오랜만에 되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오래 전부터 이 크리스탈을 잘 알고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드는 것에 그녀 스스로도 이상하게 생각됐다. 하지만 그 느낌도 잠깐이었다.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이 주는 특유의 편안한 에너지에 더 이상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디. 미나는 이걸 어디다 둘지 목을 움직여 방 안을 휘휘 둘러보았다. 방 안에 딱히 장식장이 없었기에 그냥 이 책상 위나 침대 옆 스탠드에 두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당분간 침대 옆 스탠드에 두기로 했다. 그날 밤, 여느 때처럼 잠자리에 든 미나는 평소와 다르게 아주 생생한 꿈을 꾸었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엄청나게 아름다운 미남이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외모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서 결코 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을 정도의 미모였다. 긴 머리카락을 가졌지만 큰 키에 떡 벌어진 넓은 어깨로 보아 한 눈에 그가 남자라는 광산출장샵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수려하고 뚜렷한 이목구비 아래로는 얇고 하얀 천을 걸치고 있었다. 미나는 그 남자를 보는 순간, 예전부터 그를 잘 알고 있었다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면서 가슴이 울컥해 졌다. “이제 더 이상 당신과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제발 내 곁에 있어줘요.”그의 품에 안긴 미나는 자신이 오래 전부터 이 순간을 간절히 기다려왔음을 깨달았다. 아직 그가 누군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말이다. 분명한 것은 그와 아주 오래 전에 헤어졌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이윽고 포옹이 끝나자 그가 미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오늘 당신이 날 찾아온 이상, 우린 더 이상 헤어지지 않아요. 그 많은 친구들 사이로 당신은 날 알아봤어요. 아무튼 먼저 날 알아봐 줘서 고마워요.”기이하게도 그가 하는 말은 생전 처음 들어보는 낯선 언어였다. 영어도 아닌 생소한 외국어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미나는 이를 전부 알아들을 수 있었다.네? 당신 친구들이 있었다구요? 그들이 누군가요?나중에 저절로 알게 될 거에요.우린 이대로 영원히 함께인 거죠?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어요.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소. 난 그날 이후 모습을 바꾸어 이루 말할 수 없는 영겁의 시간을 인내해 왔소. 그 이유는 오직 당신과 다시 만나기 위해서.모습을 바꿨다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이제 당신을 만나게 된 걸로 충분해요.그가 다시 미나를 껴안았다. 그 순간, 그녀는 꿈 속에서 깨어났다. 침실 안은 어두웠다. 커튼 사이로 달빛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어두운 침실 안에서 눈을 뜬 그녀는 손을 더듬어 머리 맡의 무드등을 켰다. 무드등의 부드러운 불빛이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을 비추었다. 미나는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을 바라보며 방금 꾼 선명한 꿈을 떠올렸다. 꿈 속의 남자는 엄청난 미남이었고 그녀한테 매우 다정했다. 분명 꿈 속에서 처음 보는데도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그녀 또한 그를 예전부터 잘 알고 있던 사람처럼 대했다. 이런 꿈이라면 매일 꾸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다. 도중에 꿈에서 깨어난 것이 너무 아쉬울 뿐했다. 문득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그녀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그가 나오는 꿈을 또 꿀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하며 두 눈을 감았다.미나는 잠에 빠진 뒤 얼마 안 되어 갑자기 또 다른 시공간으로 이동한 듯한 꿈을 꾸었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미나가 주변을 둘러보니 어떤 넓은 홀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조금 전 꿈 속에서 그녀와 포옹했던 금발의 남자도 그곳에 서 있었다. 아까와는 달리 무언가에 쫓기듯 다급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다. 그들은 미래에 닥쳐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그곳에 모여 회의 중이었다.그들 중 은발에 녹색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 말을 꺼냈다.“…저 반란군들이 지각판을 자극하는 폭탄을 해저 곳곳에 심었습니다. 저들은 벌써 그 폭탄을 작동시켰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심어둔 폭탄 중 하나라도 폭발한다면 연쇄 반응으로 이 대륙 전체가 수 일 내로 붕괴됩니다. 이 땅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 전에 어서 대피해야 됩니다. 최대한 빨리요.”하지만 그녀의 주장에 모두 찬성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 와중에 미나는 은발에 녹안의 그녀가 생각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내 금발의 남자가 그녀의 주장에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주민들을 버리고 우리만 도망칠 순 없습니다. 그건 비겁한 짓입니다. 오히려 우리보다 주민들을 먼저 대피시켜야 합니다."그의 단호한 목소리가 홀 안에 울려퍼지자 여기저기서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맞아요. 우리만 대피했다간 주민들의 원망을 사게 될 겁니다. 무엇보다 우린 지도자이니 주민들에게 먼저 모범과 의무를 준수해야 합니다.하지만 현재 구명정이 충분치 않습니다. 주민 전부를 태우고 대피하기엔 역부족입니다.은발의 여인이 그제서야 더없이 슬픈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러자 홀 안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로 주위가 시끄러워졌다. 뭐라고요? 그게 정녕 사실입니까?누군가가 놀란 목소리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 이런 날이 오리라고 전혀 예상치 못 한 저의 불찰입니다. 그동안 지난 날이 너무나 평화롭고 행복했기에…그녀가 말을 마치자 이번엔 무거운 정적만이 감돌았다. 다들 굳게 다문 입 사이로 한숨과 탄식이 새어나왔다. 어차피 주민들 중 절반은 이 대륙과 함께 바다 밑으로 몰살당할 운명이었다. 다행히도 지구 곳곳에 그들이 피할 수 있는 소규모의 쉘터 내지는 비밀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금발의 남자가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주민들도 지도자들이 몰살당하는 것을 보면 슴픔과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 중 절반이라도 살아남아야 합니다. 여기에 남고 싶은 사람은 광산출장샵 지금이라도 얼른 말씀하십시오. 일단 저부터 남겠습니다."텔라마!그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미나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녀의 현재 의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놀란 미나의 외침에 텔라마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가 미나 쪽으로 다가왔다.괜찮아요. 당신은 살 수 있어요.누가 살고 싶다고 했나요? 당신이 안 가면 나도 안 가요."안 됩니다. 당신은 크리스탈 사원의 지식과 비밀 수호자입니다. 이 대륙이 가라앉아도 당신은 살아남아서 그 지식과 비밀들을 지구의 다른 장소에 이식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그 순간 미나는 그동안 잊고있던 의무감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텔라마의 곁에 머물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녀는 텔라마와 생사를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그를 사랑했다. 이를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내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할 지 치열한 갈등이 벌어졌다. “나와 함께 대피하면 안 되나요? 우리 같이 살아남자고요.미나의 말에 텔라마는 입가에 슬픈 미소를 머금었다. 이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의 넓은 어깨 아래로 내려온 금발이 물결쳤다. 그럴 순 없어요. 난 한 번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꼭 지켜요. 하지만 당신은 반드시 살아서 이곳을 나갈 운명이에요.그 운명, 받아들이기 싫어. 세차게 고개를 가로 저은 미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슬픈 눈빛이 텔라마에게 닿았다. 텔라마도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일순 그녀를 응시하는 그의 물빛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전혀 숨기지 못한 채로. 비록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영원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없습니다. 여기 남을 사람은 빨리 자원하여 주십시오. 저도 여기 남겠습니다.”은발 여인의 목소리가 재촉하듯 홀 안에 울려퍼졌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동조하는 목소리가 들렸다.“저도 동참하겠습니다.”“저도요.”“저도요. 그 대신 제 가족들은 대륙 밖으로 대피시키겠습니다.”드넓은 홀 안이 그들의 목소리로 다소 시끄러워졌다.어느 새 텔라마의 눈빛에서 침착함이 느껴졌다. 그는 고위 지도자답게 감정을 자제할 줄 알았다. 상황을 살피던 그가 홀 안에 모인 지도자들을 향해 말했다.여기에 남기로 자원하는 숫자가 너무 적거나 많을 경우 나머지 부분은 제비뽑기로 결정하겠습니다. 이의있습니까?모두들 처음엔 아무런 말이 없다가 몇몇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암묵적 동의인 셈이었다. 누군가가 황금색으로 빛나는 원통형 항아리를 가져왔다. 그 항아리 입구는 크기에 비해 작고 좁았다. 그 안에 뭔가가 담긴 듯 했다.텔라마가 테이블 한 가운데 놓여진 항아리를 바라보며 제비뽑기 방법을 설명했다. 여러분, 이 원통 안엔 구슬로 된 백수정과 흑수정이 반반씩 들어있습니다. 자수정도 조금 들어있습니다. 백수정을 뽑으면 대피 인원, 흑수정을 뽑으면 여기 잔류하는 인원에 당첨입니다. 만일 자수정을 뽑으면 백수정과 흑수정 둘 중 하나가 나올 때까지 기회가 더 주어집니다.“아직 대피할 지, 잔류할 지 명확하게 의사 표시를 하지 않은 몇몇 지도자들이 항아리 앞으로 다가갔다. 그들은 차례대로 항아리 입구에 손을 가져다 댔다. 항아리 속에 담겨있던 차가운 수정 구슬이 그들의 손바닥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항아리 밖에서 그들이 쥔 수정 구슬의 색깔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정 구슬의 색깔이 확인되는 순간, 그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내심 대륙 밖으로 대피를 원하는 자가 대륙 안 잔류에 해당되는 흑수정을 뽑으면 비극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 정한 규칙에 따라야했다. 그것이 이 대륙 지도자들의 운명이었다.이후 영화 필름을 빨리 감은 것처럼 모든 장면들이 휙휙 스쳐지나갔다. 미나는 텔라마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과 좁고 어두운 통로로 이동했다. 그곳은 깊은 산 속에 조성된 인공 동굴이자 격납고였다. 이미 많은 인원들이 구명정을 타고 탈출한 상태거나 탈출 중이었다. 동굴 안쪽에서 바깥을 바라보니 방금 이륙한 구명정들이 하늘 위에서 제각기 흘어지고 있었다. 저마다 예비된 피난처를 찾아 떠난 것일 터였다. 드디어 미나가 탈 구명정이 그녀 앞에 스르륵 멈춰섰다. 은백색에 유선형의 매끈한 외관의 구명정이었다. 해치가 열리자 빈 좌석이 보였다. 여전히 미나는 구명정에 탑승하기를 망설이는 눈치였다. 이내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좌석이 보이는 구명정을 외면한 채 텔라마를 돌아보았다. 텔라마, 저는 도저히 못 가겠어요. 이대로 당신과 헤어진다면... 저도 더 이상 저의 의무와 사명을 이행하기 힘들 거 같아요. 그럴 바에야 끝까지 당신 곁에 남고 싶어요.하지만 텔라마는 미나의 호소에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여기에 흔들리면 그녀의 목숨 또한 위태로워지기 때문이었다. 그는 비록 자신은 죽더라도 그녀가 이곳을 탈출하여 계속 삶을 이어가는 것을 원했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유일한 소원은 당신이 이 구명정에 타는 걸 보는 거에요.이에 미나는 구명정 안으로 한 발자국 발걸음을 내딛을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발목에 쇠덩이를 감은 것처럼 쉽게 발걸음이 떼지지 광산출장샵 않았다. 가슴 한 구석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 뿐이었다.부디 이것을 기억하세요. 우린 불멸의 존재고 이건 잠깐의 헤어짐에 불과할 뿐입니다. 언젠가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말을 마친 텔라마는 미나에게 다가가 그녀의 볼과 입술에 짧게 그러나 깊숙이 키스했다. 그의 생애 마지막 입맞춤이었다. 이후 그녀를 구명정 안으로 힘껏 밀어넣었다. 미나는 구명정의 해치가 완전히 닫히기 전까지 텔라마를 바라보았다. 이 땅이 바다 밑으로 사라지면 그도 같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그녀는 갑자기 살던 곳을 떠나야하는 것은 물론, 저토록 아름다운 남자를 앞으로 두 번 다시 보지 못 할 거라는 생각에 더욱 슬픔이 밀려왔다. 육지를 벗어난 수많은 구명정이 하늘을 뒤덮었다. 그 사이로 빛나는 석양이 이별의 순간을 안타깝게 주시하고 있었다. 구명정에 탑승한 미나가 석양을 응시하는 순간, 그녀는 저절로 눈을 떴다. 눈을 뜨자 천장의 희뿌연 벽지가 보였다. 새벽과 아침 사이라 침실 안이 점차 밝아오고 있었다. 그녀는 굳게 닫힌 눈꺼풀이 열리자마자 꿈 속이 아닌 현실로 돌아왔다는 생각에 허탈감이 들었다. 미나는 자신이 또 그 금발의 미남이 등장하는 인상깊은 꿈을 꾸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지어 남자의 이름까지 기억났다.텔라마...미나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쳐다보며 꿈 속의 그 남자 이름을 불렀다. 꿈 속에서 그와의 입맞춤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뜨겁고 강렬했다. 깨고 나서도 그녀의 입술에서 방금 갓 키스한 것처럼 생생한 감촉이 느껴지는 듯했다. 그야말로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한 꿈이었다. 꿈 속 마지막 순간의 슬픈 느낌이 되살아나자 순간이나마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이건 단지 꿈 일 뿐이야.'이번에도 미나는 그저 단순히 꿈을 꾼 것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싶었다. 이토록 선명한 꿈은 오랜만이었다. 그동안 그녀가 꾼 꿈은 깨고 나면 특별히 기억에 남지 않는 별 의미없는 꿈들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이번 꿈 속에서 본 일련의 사건들을 아주 오래 전에 겪은 것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미나는 자석이 서로 이끌리듯 본능적으로 머리 맡의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릿 속에서 말로 형용하기 힘든 어떤 느낌과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네가…'미나는 자신도 모르게 이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을 사람을 대하는 듯한 느낌으로 바라보았다.해가 뜨자 도심의 거리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미나가 크리스탈을 구입한 크리스탈 상점인 크리스탈 리퍼블릭도 방금 문을 열었다. 가게 안은 오직 사장 한 명 뿐이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종업원들도 출근하지 않았다. 일반적인 매장이라면 손님이 없어 썰렁한 분위기였겠지만 여기는 달랐다. 진열장 안에서 각양각색으로 빛나는 여러가지 수정 원석들 덕분에 공간 안이 꽉 찬 듯한 화려한 분위기가 늘 유지되었다. 컴퓨터로 장부를 점검하던 사장은 이내 마우스를 움직이던 손을 멈추었다. 비어있는 진열대가 그의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진열대에 진열된 원석이 팔려나간 뒤 빈 자리는 새로운 원석으로 채워야 했다. 그러려면 창고에 가서 거기에 보관된 원석을 직접 가져와야 했다. 이 일은 보통 직원이 하곤 했지만 어떨 때는 그가 직접 할 때도 있었다. 유리 진열장에 보관된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며칠 전 할인 행사 기간 때 팔린 원석 중 하나였다. 약간 비싼 가격이라 그런지 반값 할인 행사를 하자 겨우 팔렸다. 그는 그 레무리안 수정을 구매한 고객이 오늘 매장에 다시 재방문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크리스탈 상점의 사장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이국적인 외모의 소유자였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본명은 세스 밀러(Seth Miller), 한국명은 이세훈이었다. 한국명의 성씨를 이 씨로 한 이유는 어머니의 성이 이 씨였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에 와서 이 크리스탈 상점을 개업한 지 햇수로 벌써 10년 째였다. 한국에서 보다 순조로운 사업을 위해 아예 한국 국적도 취득할 정도였다. 다행히도 대한민국의 병역 의무를 이행할 나이가 지나서 이중 국적을 보유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세스가 한국에서 그 많고 많은 자영업 중 흔치 않은 크리스탈 판매 사업을 시작한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 그는 어릴 적부터 기감에 예민한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다른 사람의 기분 상태나 감정을 금방 알아차리거나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처음 보는 사람이나 동물이라도 그러했다. 게다가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감정을 흡수하기도 했다. 밝고 건강한 사람 곁에 있으면 그도 덩달아 기분이 좋거나 몸이 가벼웠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세상엔 밝고 긍정적인 사람만 있지 않았다. 오히려 부정적이고 광산출장샵 우울한 사람들이 더 많았다. 거기다 지속적으로 타인에게 분노와 악의를 품는 부류들마저 있었다. 원치않게 그런 사람들을만날 때마다 그는 남모르게 무기력과 피곤함 등의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을 느꼈다. 이러한 자신의 증상에 대해 남에게 쉽게 이야길 꺼낼 수도 없었다. 그랬다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인터넷 상에서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의 고백과 경험담을 읽게 되고 그때 처음으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고 느꼈다. 세스는 엠패스라 불리는 초민감자였다. 엠패스들의 모임에 나간 그는 이 세상에 생각보다 많은 엠패스들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놀라움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그들 중엔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범주의 기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원격으로 남을 치유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었으며, 사람의 오라(Aura, 영기)와 차크라(산스크리트어로 바퀴라는 뜻이며 요가에서 유래된 인간의 생명 에너지가 집결된 부위. 척추 라인을 따라 주로 7개의 센터가 있다고 알려짐)상태를 읽을 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또 자연 원석의 진동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차크라 상태를 읽는 능력과 원석의 진동을 읽는 능력 둘 다 갖고 있는 그는 세스의 증상에 맞는 몇 가지 원석을 추천해 주었다. 세스의 기운이 머리 부위의 상위 차크라 쪽으로만 몰려있으며 에너지가 누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보완할 원석을 몇 가지 알려주었다. 세스는 처음에 그의 진단과 처방에 반신반의하면서도 이를 따랐다. 시커먼 연기가 백수정 안에 들어간 듯한 연수정, 황금처럼 빛나는 파이라이트, 각도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내뿜는 라브라도라이트. 세스는 이 세 가지 원석을 몸에 지니자 즉각 차분한 느낌이 들었다. 침착함과 자신감을 다시 되찾은 느낌이 들어 매우 만족스러웠다.천연 원석의 효과를 직접 느낀 세스는 마치 신세계를 체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 힐러가 추천해준 원석말고도 다른 원석들도 사 모으면서 본격적으로 방대한 원석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모국인 한국을 방문한 그는 한국에서는 언양 자수정과 춘천 백옥 외에 다양한 천연 원석을 취급하는 상점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외국 선진국의 경우 대도시는 물론 소도시의 번화가에도 두 세군데 이상은 크리스탈 상점이 존재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천연 원석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상태였다. 이러한 현실이 개탄스러웠던 그는 자신이 직접 크리스탈 상점을 차리기로 했다. 그리하여 한국인들도 그의 손에 의해 천연 원석의 세계를 접하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외국의 원석 시장서 직접 구해온 다양한 원석들을 보노라면 지구가 만들어낸 신비스럽고 찬란한 세계를 보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매장에 들어오는 고객들도 원석이 주는 이러한 매력적인 느낌을 충분히 느끼길 바랐다. 그의 매장은 꽤 무게가 나가는 대형 수정 원석도 취급했지만 어린이나 미성년 고객들을 위해 코묻은 돈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값싼 미니 원석도 구비해 놓았다. 그래서인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대가 그의 매장에 방문했다. 한편 세스는 원석을 접한 뒤 남 모르게 신비한 능력을 하나 갖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미래를 예지하는 꿈을 종종 꾸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간밤의 꿈 속에 나타난 고양이와 똑같은 고양이를 그날 거리에서 맞닥뜨린다던가, 교통사고를 목격하는 꿈을 꾸었는데 그날 현실로 벌어진다던가 하는 일들이 가끔 있었다. 자신이 예지몽을 꾼다는 사실을 깨달은 세스는 잠들기 전에 로또 당첨 번호를 알고 싶다는 기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횡재운은 없없는지 아무리 기도를 해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역시 팔자에 없는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열심히 사업에 매진했다. 사업을 하면서 그의 머릿 속엔 오직 더 좋은 천연 원석을 되도록 저렴하게 가져올 궁리 뿐이었다. 물론 제값을 쳐주긴 해야겠지만 말이다. 좋은 천연 원석을 구하기 위해서는 현지서 직접 눈으로 보고 골라야했기에 해외 출장도 필수였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해외를 많이 드나들게 되었다. 주로 미국과 중국, 인도, 파키스탄, 브라질, 아프리카 등지로 다녔다. 천연 원석을 최대한 저렴하게 구하기 위해서 현지 광산에서 직거래를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위험에 처할 뻔 한 적도 수 차례 있었으나 다행히도 무사히 위기를 넘겼다. 얼마 전에도 브라질과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를 연이어 다녀왔다. 의자에 앉은 세스는 브라질 광산에서 구해온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들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반값 세일 중이었다. 그리고 어제쯤 이 크리스탈 중 하나를 구입한 고객이 오늘 안으로 다시 재방문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창가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한 여자가 이 매장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광산출장샵 그는 창문 너머로 그녀를 보자마자 그때 여기서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을 구입했던 고객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세스는 이내 시선을 돌리고 자연스럽게 일하는 척했다. 그녀는 거침없이 매장 안으로 들어오더니 무언가를 찾는 듯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는 그제서야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어서오세요. 무얼 찾으시나요?홀린 듯이 매장 안을 휘휘 둘러보던 미나는 세스의 목소리에 그를 바라보았다. 눈 앞의 남자는 밝은 헤이즐넛빛 눈동자를 지닌 이국적인 외모의 미남이었다. 아, 외국인인 건가? 다문화 시대답게 종업원도외국인을 채용할 수도 있지. 그런데 이 사람 단순 종업원이 맞나? 내가 어제 크리스탈 살 때 없었던 사람인데? 미나는 그를 보자마자 갖가지 생각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 다름 아니라 제가 어제 여기서 크리스탈을 샀는데요. 저 크리스탈이요.미나는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이 보관된 진열장을 향해 손짓했다.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말입니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셨나요?미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으로 흘깃 돌아본 세스는 정중한 말투로 되물었다. 아뇨. 크리스탈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에요. 마음이 바뀌어서 환불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요.그렇다면 무슨 일이신가요?미나는 스마트폰으로 미리 찍어놓은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 사진을 세스에게 보여주었다.사실 제가 이 크리스탈을 구입하고 나서 엄청 신기한 꿈을 꾸었습니다. 아무래도 이 크리스탈 때문인 것 같습니다."저쪽 테이블에 앉아서 얘기할까요?세스의 제안에 미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나가 자리에 앉자 세스는 무색투명한 물이 든 유리컵을 그녀 앞에 내밀었다. 이것은 수정수(水晶水,Crystal Water)입니다. 백수정과 자수정, 장미수정을 섞어만든 수정수인데 물맛이 좋아요.미나가 이 물을 마셔보니 마시자마자 즉각 머릿 속이 시원하고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물맛 자체도 거부감 없이 참으로 부드럽고 순한 맛이었다. 네. 물맛이 좋네요. 일반 크리스탈을 그냥 물 속에 담그면 이런 물맛이 나는 거죠?아닙니다. 가공하지 않은 거친 원석을 사용하여야 합니다. 일반 크리스탈은 표면에 연마제가 묻어있어서 몸에 해롭습니다. 가공하지 않은 크리스탈은 깨끗하게 씻어서 끓는 물에 소독한 뒤에야 수정수를 만들 수 있습니다.네. 집에서 한 번 만들어 마시고 싶네요.가공하지 않은 원석도 여기서 판매하고 있긴 합니다. 가격도 꽤 저렴하죠.네. 나중에 구입해 볼까해요.이윽고 두 사람은 매장 안쪽의 구석진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았다. 세스가 먼저 입을 뗐다.사실 크리스탈을 머리 맡에 두고 자면 선명한 꿈을 꾸는 것은 종종 있는 일입니다. 특히 옵시디언이라 불리는 흑요석의 경우는 과거에 있었던 나쁜 기억을 꿈 속에 떠오르게 합니다. 이런 현상 때문에 당황하신 고객님들을 몇몇 보긴 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자세히 해명을 해 드렸습니다. 그 이유는 꿈 속에서 다시 한 번 그 상황에 직면케 하여 그때의 감정들을 정화시키기 위함이죠.그러니까 그동안... 내면의 무의식 속에 쌓아놓고만 있었던... 억눌린 감정들을 흑요석이 건드려서 끄집어낸 것인가요?미나가 약간 더듬거리며 물었다.“맞아요. 바로 그겁니다.전 흑요석은 없어요.흑요석은 그렇게 비싼 돌은 아닙니다. 흑요석도 색깔에 따라 금흑요석, 은흑요석, 무지개 흑요석 등여러 종류가 있죠. 우리 매장에도 이 모든 종류의 흑요석을 팔고 있긴 합니다.전 흑요석이 아닌 이 크리스탈이 엄청 신기한 꿈을 보여줬습니다.미나의 시선이 다시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로 향했다. 한 번 얘길 들어봐도 될까요?미나는 말하기에 앞서 또 다시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는 듯하다 입을 열었다. 음, 그러니까 그게... 그런 꿈은 생전 처음 꿨습니다..."세스는 내면에서 미나의 말을 반드시 들어줘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이 올라왔다. 이에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흡사 내담자의 말을 전부 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는 상담사와도 같은 태도였다. ...제가 꿈 속에서 탈출한 거긴 마치 과거의 지구 어딘가 같이 느껴졌어요.이렇게 말하는 미나의 표정은 마치 꿈 속에 와 있기라도 한 듯 몽환적이었다. 그녀의 얘기가 거의 끝나갈 즈음, 세스가 말했다. “그 땅은 아마도 사라진 고대의 대륙인 아틀란티스나 레무리아 같네요. 그 이전엔 뮤 대륙도 있었다고 하죠.”“아틀란티스는 들어봤습니다. 환타지 소설과 게임에 많이 등장하니까요. 하지만 사실이 아닌 허구지 않나요?”아틀란티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의 저서에도 나옵니다. 오컬트 전승에선 대서양 상에 존재했다가 약 일만 이천년 전 쯤에 지각 변동으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대륙이죠. 또한 영어로 대서양을 의미하는 애틀란틱 오션의 어원이 되기도 하고요. 기록만 있을 뿐, 아직 확실한 증거가 없기에 역사학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미나가 세스의 표정을 보아하니 왠지 그는 사라진 대륙에 대한 전승들을 사실로 믿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세스는 이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 자신의 의견을 억지로 관철시키려 할 만큼 유치한 사람은 아니었다. 사라진 대륙들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으니 세간에서 광산출장샵 미스테리 혹은 믿거나 말거나 차원에서 머무르는 것도 이해했다. 근데 그게 사실이어도 슬프네요. 대륙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때 미처 탈출 못한 사람들은 다 죽었을 게 뻔하니까요.그렇겠죠. 그런데 그 쪽은 아틀란티스가 아니라 레무리아 대륙 쪽 사람 같아요. 꿈 속의 내용은 심각했지만 꿈 속에 나온 인물들이 모두 아름답고 부드럽고 온화했다면서요?네.그건 레무리아인들의 특징이에요. 그 반면 아틀란티스인들은 상당히 기계적이고 차가웠다고 전해져요. 레무리아 대륙은 태평양과 인도양에 있었다고 하는데 아틀란티스 대륙의 공격을 받아서 바다 밑으로 침몰했다고 전해져요.레무리아와 아틀란티스가 서로 적대 국가였단 말이네요.그런 셈이죠. 그리고 바로 그 당시 레무리아의 의식 존재들이 이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로 변화하였다는 설이 있습니다.“세스가 미나의 스마트폰 속에 담긴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제 꿈 속에 나온 사람들의 일부가 크리스탈이 되었다는 건가요?그야 모르죠. 혹은 그 당시의 기록이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에 담겨있다는 설도 있습니다. 크리스탈 옆에 새겨진 바코드 같은 줄무늬를 아카식 라인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레무리아의 정보가 담겨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극소수의 사람만 이를 해독할 줄 안다고 해요. 내가 생각하기엔 고객님도 이 정보에 접근 가능한 분 같습니다.제가요?“”이 크리스탈을 구입하고 나서 그런 꿈을 꾸었다는 것 자체가 고객님이 비범하신 분이라는 증거입니다. 보통은 아무 일이 안 생기거든요.“그래요?미나의 의아함에 세스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은 일반 백수정과도 에너지가 묘하게 다릅니다. 일반 백수정보다 에너지가 좀더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합니다. 모든 크리스탈이 소유한 사람의 에너지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잘 못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크리스탈의 에너지를 못 느낀다고 해서 잘못 됐다던가 이상한 건 아닙니다. 소유자가 크리스탈의 에너지를 느끼던 안 느끼던 간에 크리스탈은 소유자를 위해 최선의 치유 에너지를 제공합니다.”미나는 자신에게 최선을 다해 크리스탈에 대해 설명하는 세스를 보며 마음 속으로 느끼는 바가 있었다. 세스가 그저 단순히 크리스탈을 팔기만 하는 상인이 아닌, 인간계와 광물계 사이를 이어주는 외교관 내지는 조력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이번 생에서 그의 사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매장 안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천연 원석이 내뿜는 각양각색의 매력에 이끌린 사람들이었다. 크리스탈에 전혀 문외한이어도 이곳에 발걸음을 내딛은 이상, 그들은 크리스탈 리퍼블릭의 잠재적 고객이었다. 세스는 새로운 고객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항상 매장 문을 열어두는 편이었다. 굳이 구매하지 않아도 구경은 언제든지 환영이었다. 종업원이 고객 곁에 따라다니는 일도 없었다. 그에겐 어쩌다 한 번 들른 고객이라도 마음 편하게 자신의 매장을 둘러보고 구경하는 게 중요했다. 매장에 처음 와서 안 사고 그냥 나가는 고객이라도 마음 속으로 눈도장을 찍어놓은 원석이 있어서 다음 번에 올 때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동남아인으로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가족으로 보이는 그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매장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들은 구경 끝에 원석 팔찌와 펜던트, 핸드스톤 몇 개를 골랐다. 세스가 그들을 응대했다. 그들이 계산을 마치고 매장을 나설 즈음 미나도 슬슬 돌아갈 준비를 했다. 그녀는 컵 안에 남아있던 수정수를 끝까지 마저 다 마셨다. 그녀가 지금까지 마셔왔던 다른 물보다 확실히 물맛이 좋았다. 그녀는 앞으로 집에서 수정수를 만들어 마실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표면을 가공하지 않은 천연 원석을 구매해야 했다. 크리스탈샵에서 판매 중인 천연 원석은 표면에 연마제 등을 사용하여 광택을 낸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 가공하지 않은 원석이 가공한 것보다 가격도 훨씬 더 저렴했다. 그래서 수정수 용도로 쓸 원석을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미나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와 책상, 데스크탑 컴퓨터가 있는 평범한 방이었다. 하지만 방 안의 분위기가 예전과 미묘하게 달라진 부분이 있었다. 침대 옆 협탁 위에 위치한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이 묵직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마침 창가에서 쏟아지는 석양빛을 머금어서 그런지 아련한 분위기까지 자아냈다. 미나는 손가락 끝으로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을 쓰다듬었다.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 특유의 부드러운 에너지가 손가락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녀는 마음 속으로 크리스탈을 향해 속삭였다.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 줘서 고맙다.’#크리스탈 #크리스털 #크리스탈 힐링(Crystal Healing) #레무리안 시드 크리스탈(Lemurian seed crystal) #Crystal #Quartz #원석 #천연 원석 #천연 수정 #수정 원석 #수정을 가졌다고 모두 이런 꿈을 꾸는 것이 아님. 인공지능 이용 안 했음. 어쨌거나 아름다움은 시공을 초월하고 광산출장샵 염원은 생사를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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